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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말쯤 나는 다른 애들이 수능을 치고 대학문턱에 발을 딛을때 회사에 취직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앞 과정은 생략하고..
본사에서 근무하며 일을 배우다가 천안쪽에 회사가 또 라인을 늘려 그쪽에 파견을 가게 되었다.
천안에서 나는 거의 올라운드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회사에서 사용하던 장비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아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다루기가 힘들어
신입형들이 장비 운영하는것들을 챙겨줘야 했고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어떤 부분이 안된다고 물어보는 연락이 왔었다..)
검사파트(QC)는 누나들이 담당했는데 누나들도 경험이 없어서
불량 유무를 확인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했다.
더불어 제품을 포장하고 기사님들 오시면 출하하는것까지..ㅎㅎ
야간에 근무하게 되면 혼자서 다 처리해야 하기에 하나의 공장이 돌아가는 주요한 모든 업무를 맡아야했고
형, 누나, 아줌마, 필리핀분들의 고충상담까지..ㅠㅠ (필리핀분들에 관해서는 에피소드가 참 많다.)
아무래도 내가 어렸기에 터놓고 대화하기 편했던거 같다. 그래서 나는 듣고나서 윗분들께 전달해드리고..
또 고객사 윗분들이 방문하시면 이것저것 설명 드리고.. 기술적인것들 보여드리고..
(당시 고객사 상무이사 두분께서 우리학교 선배분들이셔서 더 부담되었었다.)
여자친구랑 시덥잖은 문자질을 할 시간 따위도 없었다;
그때가 불과 입사 6개월차였던것 같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되고 사회생활 6개월차 밖에 안된 어린애가 맡기에는 좀 큰 부담이었던것 같다.
그 이후로 대부분 내가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일을 맡게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내 성격이 좀 사무적이고 딱딱하고 웃음기 없는 성격으로 망가진거 같기도 하고..
처음 겪는 사회생활이라 스트레스를 못 풀어서 혼자 끙끙 앓기도 하며.. 나쁜점도 있긴 했지만
암튼
나는 첫출근날 부터 마지막 출근날까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로 부터 끊임없이 들어왔던 '성실'이란 말을 실천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먼저 청소부터 하고 하루의 시작을 준비했다.
수첩을 필히 챙겨가서 무조건 내 귀에 들리는건 메모하고
불량난 제품을 집에 가져가서 모델명까지 다 외우고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개선사항도 많이 생각해봤고..
부가가치도 많이 높이려고 노력했고..
내가 없을때도 처리될 수 있도록 메뉴얼도 만들었고 암튼 내가 할 수 있는건 다 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면접때 답했던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회사내에 개인별로 업무능력을 평가하는것이 있어 그에 따라 월급도 다르게 지급되었는데
회사 전체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 중엔 가장 많이 받았다. 우수사원상도 받고
20살 새내기가 진급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든지 기회를 주는 그런 회사였다.)
2007년 12월 입대 영장이 나와 군입대 문제로 퇴사하겠다고 사직서를 쓰고나니 회사에서는 나를 보내지 않으려고
병무청에 산업기능요원 인가도 받고 여러가지 노력을 했었지만 나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결국 퇴사를 했다.
(회사에서는 본사에서 병무청 심사를 받고 근무는 천안에서 하는 편법을 쓰자고 했으나 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군입대를 하고 일병이 되어서 같이 일하던 주임님께 문자로 안부인사를 드렸는데
내가 퇴사한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임님과 상무님이 사직하시고
관리자들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내가 없으니 대부분 연이어 사직을 하였고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천안 사업장도 문을 닫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짧은 내 사회생활이 끝이낫다. 의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말 있었던 사실이다.
스무살의 나는 그렇게 내 일에 충실했고 열심히 일했었다.
어느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면, 어느곳에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면
"무식하도록 성실해라."
이것이 대학 문턱대신 사회의 문을 두드렸던 내가 얻은 첫번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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